알프스4대북벽 등반보고서 원정개요 등반장비 및 훈련 방법 과정 1995 청죽산악회
이 글은 1995년 서울시산악연맹 청죽산악회에서 알프스 3대 북벽과 4대 북벽(아이거 북벽, 마터호른 북벽, 그랑드조라스 북벽, 드류 북벽)을 등반한 후 펴낸 등반보고서에 실린 글입니다.
등반한 지 오래된 자료이기 때문에 등반 장비, 등반 방식, 기후변화로 인한 날씨, 운행일정, 화폐 단위, 교통 등이 현재와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1995년 청죽산악회는 3명의 대원이 한 시즌에 알프스 4대 북벽(아이거, 마터호른, 그랑드조라스, 드류)을 알파인스타일로 모두 등반/등정하였으며 여성산악인 김미선 대원은 한국 여성 최초로 알프스3대 북벽을 등반했습니다.
보고서를 내면서
기록 : 청죽산악회 알프스4대북벽 등반대장 심권식
산사람들의 마음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곳 알프스 3대 북벽, 알프스의 여러 산군을 오른다는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시작한 게 94년 봄이다.
그동안 대상지를 정하는 일부터 대원선발,자료수집, 국내에서의 훈련, 그리고 실제 알프스를 등반하고 와서 보고서를 작성하노라니 지나간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친다.
처음엔 막막했던 알프스란 곳이 자료수집과 훈련 등을 거치면서 서서히 머리 속에 형체가 잡혀가고 갖가지 시행착오를 현실적으로 부딪혀가며 모든 문제들은 혼자만이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같이 가기로 했던 대원 중 세 명이 중도에 포기하는 바람에 셋이서 갈 생각을 하니 답답하기도 했지만 배짱 하나 믿고 밀어부쳤다.
모든 훈련과 준비를 마치고 출국하는 날, 공항까지 나오셔서 못 가게 막으셨던 미선이 부모님의 완강한 반대로 출국 날 아침까지도 가느냐마느냐로 갈등해야 했던 일도 있었고 경제적 어려움은 회원들의 눈물겨운 정성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알프스를 등반하고 돌아온 악우회의 이훈태 선배님과 진주 초모롱마산악회, 충북대 산악회, 평택 벽우회 악우님들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되었고, 청죽산악회와는 사촌처럼 가깝게 지내는 돌무리 산악회도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
여러 사람들의 정성어린 도움은 정말 눈물겨운 일이었다.
남규와 미선이 그리고 나, 우리 셋은 그 동안 꾸준히 많은 훈련을 하였고 굳은 마음가짐으로 정신력을 강화하는 등 한시라도 머리 속에서 알프스가 떠나지 않는 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막상 떠나면서는 과연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때마침 알프스에서 사고 소식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서 은연중 마음이 위축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알프스를 등반하면서 육체적인 고통보다 여러 가지 정신적인 것들이 우리를 더 힘들게 했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알프스 곳곳에 청죽산악회의 당당한 발자취를 남기고 성공적으로 등반을 마치고 돌아왔다.
김미선 대원은 한국 여성산악인으로서는 최초로 알프스3대 북벽을 둥반하였고, 김남규 대원은 한 시즌 알프스 4대 북벽을 완등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탈리아 돌로미테 지역의 거벽들을 보았을 때 우리들의 가슴속에서 또 다른 등반의욕이 용솟음치는 것을 느꼈으나 날씨관계로 정찰만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이번 알프스등반은 계획했던 대로 세계 도처에 퍼져있는 어렵고 험난한 거벽들을 향해 도전하는 大청죽인의 투지와 의지를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이제 우리 청죽산악회는 더 높은 이상을 가지고 더욱 멋진 등반을 위하여 힘찬 정진을 계속할 것이다.
그 동안 본 등반이 성공하기까지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를 올리며 이 보고서를 바친다.
1995년 10월
95청죽알프스등반대
등반대장 심 권 식
청죽산악회 회장 축사
조그마한 씨앗이 땅에 떨어져 새싹을 틔우고 그 새싹이 모진 폭풍과 눈보라 속에서도 열매를 맺듯, 그 동안 저회 청죽산악회도 이렇게 장성한 모습으로 성장하여 이번에 알프스 4대 북벽 등정이라는 큰 성과를 올리게 되어 기쁜 마음 주체할 수 없습니다.
저회 청죽산악회는 백운산장 옆에 야영장을 두고, 인수봉을 비롯한 여러 암장들을 오르내리며 거벽에 대한 꿈을 키워왔으며, 또한 겨울에는 구곡폭포, 토왕성폭포 등 눈과 얼음을 찾아다니며 하얀 산에 대한 꿈을 기워온지 어언 11년. 1993년에 요세미티 원정등반을 시작으로 이번에 두 번째의 해외원정을 성사시켰습니다.
1995년 청죽알프스등반대는 여러 가지 열악한 조건 속에서, 3명이라는 소수인원으로 한 시즌에 알프스 4대 북벽 정상에 청죽의 깃발을 휘날렸습니다.
참으로 자랑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등반대원들의 꾸준한 노력과, 청죽의 선후배님들을 비롯한 다른 팀의 여러 선후배님들의 정성어린 성원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열매를 갖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얼마나 알찬 열매를 얻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더욱 정진하여 즐겁고 보람찬 등반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며, 그리하여 차근차근 하얀산으로의 꿈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청죽산악회를 창설하신 문주식 고문님과 이광회 고문님, 그리고 원정대의 대장님이셨던 심권식 고문님을 비롯하여 그 동안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많은 선,후배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1995년 10월
청죽 산 악 회
회장심 명 식
제 1 장 원정개요
1. 원정대명칭
'95 청죽 알프스 원정대
2. 대 상 지 : 알프스 4대 북벽
1) 그랑드죠라스 북벽(4,208m) –– 캐신루트
2) 드류 북벽(3,733m) –– 북벽 오리지널 루트
3) 아이거 북벽(3,970m) –– 헤크마이어 루트
4) 마터호른 북벽(4,478m) –– 슈미트 루트
3. 원정 기간
95. 7. 11~8. 26(46일간)
4. 목적 :
믹스클라이밍 실전을 통한 거벽 등반능력 배양
해외원정을 통한 기술 및 경험축적
고산 거벽 등반을 위한 해외전지훈련
5. 의의 :
한 시즌 알프스 4대북벽 연속등반
돌로미테 지역 등반경험 축적
6. 대원 명단 :
등반 대장 : 심 권 식 (청죽 창설기)
장비,식량 : 김 남 규 ( 청죽 6기)
기록,회계 : 김 미 선 (청죽 7기)
등반대원 소개
심 권 식(동반대장)
○ ○ 년 ○ ○ 월 ○ ○ 일생
청죽산악회 창설기
광복40주년 기념 100일 전국 도보 국토순례
(2,800km 95.5.8~8.15)
토왕폭 단독등반(92.1)
몽블랑 등반
드류 북벽 등반
아이거 북벽 등반
마터호른 등반
김 남 규(장비, 식량)
○ ○ 년 ○ ○ 월 ○ ○ 일생
청죽산악회 6기
몽블랑 등반
그랑드죠라스 북벽 등반
드류 북벽 등반
아이거 북벽 등반
마터호른 북벽 등반
김 미 선(기록, 회계)
○ ○ 년 ○ ○ 월 ○ ○ 일생
토왕폭 선둥(95.2.18 국내여성 3번째)
청죽산악회 7기
몽블랑 등반
그랑드죠라스 북벽 둥반
아이거 북벽 등반
마터호른 북벽 등반
7. 등반준비 및 훈련과정
1) 원정준비
알프스 등반계획이 잡히고 부터 곧바로 자료수집을 하면서 등반대원을 모집했다.
처음엔 6명이 가고자 했으나 3명이 개인적인 일로 중간 탈락하고 결국 3명만 가게 되었다. 자료수집을 하다보니 서서히 알프스의 모습이 머리 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월간 산'지와 '사람과 산'지에 실린 알프스3대 북벽 등반기를 죄다 복사하여 달달 외우다시피 하고, 직접 다녀온 사람들을 만나 실제 등반얘기를 들고자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다녔다.
알프스는 기상이 수시로 변한다. 그래서 같은 시즌에 등반을 해도 서로 판이하게 다른 등반을 할 수가 있기 때문에 여러 팀들의 많은 경험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2) 훈련방법
* 주말산행 : 바위시즌에는 한 달에 3주는 비브람에 아이젠을 신고 믹스클라이밍을 하고, 한 주는 암벽등반만 집중적으로 했다. 토요일 밤에는 바위에 매달려 비박을 하고 일요일에 등반을 시작했다. 등반 시는 실제 등반상황과 똑같은 식량, 장비 등을 담은 배낭을 지고했다.
무게도 신경을 써야 한다. 대상지는 주로 인수봉의 설교벽, 후면벽, 백운대의 크랙들, 곰바위, 만경대 야간 릿지등반, 대둔산 등이다. 특히 인수봉의 설교벽은 코스가 많아서 하켄 박아가며 믹스클라이밍 하기에 적당하다.
빙벽시즌에는 주로 구곡폭포를 많이 갔다.
오전에는 빙벽등반을 하고 오후에는 구곡폭포 매점 건너
편에 보이는 하늘벽에서 아이젠을 신고 하켄을 박아가며 믹스클라이밍을 했다.
토왕성폭포에서의 설벽훈련과 토왕 좌벽의 믹스클라이밍도 좋은 경험이 되었다.
* 개인훈련 : 우리 팀은 일반산악회이기 때문인지 아무래도 합숙훈련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훈련을 하였다. 아침에는 조깅을 하고, 저녁에는 인공암장에 가서 운동을 하고, 계단 뛰어오르기(17층까지) 등 체력단련을 집중적으로 하였다.
알프스에서의 등반은 국내에서보다 훨씬 강한 체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체력단련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
* 현지훈련 : 샤모니에 있는 가이앙 암장과 보송빙하에서 암벽과 빙벽 적응 훈련을 하루씩 하였는데 우리들에게는 별로 훈련효과가 없었다. 그러나 몽블랑을 등반하는 것은 고소적응과 설사면에서의 아이젠보행 등 도움이 많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