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 등반기 알프스4대북벽 현지훈련 등반보고서 1995 청죽산악회
이 글은 1995년 서울시산악연맹 청죽산악회에서 알프스3대북벽과 4대 북벽(아이거 북벽, 마터호른 북벽, 그랑드조라스 북벽)을 등반한 후 펴낸 등반보고서에 실린 글입니다.
등반한 지 오래된 자료이기 때문에 등반 장비, 등반 방식, 기후 변화에 의한 날씨, 운행일정 등이 현재와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1995년 청죽산악회의 몽블랑 등반은 알프스 4대 북벽 등반을 위한 '현지 적응 훈련'의 일환으로 등반하였습니다.
1. 몽블랑(4,807M) 등반기
기록 : 청죽산악회 심권식
1995년 7월 15일 토요일
밤새 빗소리에 선잠을 자고 일어나 샤모니 시내 가이드회관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몽블랑 등반기점(Les Houches)에서 내려 케이블카를 타고 Bellevue(1,800m)에 내렸다.
등산열차를 갈아타고 능선 위의 꽃들이 만발한 곳을 지나 Le Nid di'Aigle(2,364m)에 도착하니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타이즈에 고소 내의를 입고 간간이 빗방울이 날리는 너덜지대와 설원을 많은 외국인들 틈에 끼어 남규와 미선이 놀부는 색경도 쓰고 얼굴에 떡칠도 하면서 열심히 오르니 설원 멀리 러세산장이 보인다.
산장에 도착하니 많은 등반객들로 북적인다. 산장 앞에서 건조비빔밥으로 민생고를 해결하고 다시 설원을 올라선다.
샤모니의 전문가이드들이 손님(둥반객)들과 같이 안자일렌으로 천천히 오르고 있다.
손님 중엔 일본인들 유난히 많이 눈에 띈다.
설벽을 트레버스하니 가파른 릿지가 계속 이어지고 낙석이 많아 조심조심 올라간다.
가파르고 눈과 너덜지대로 이루어진 곳은 네발로 기어오르기도 쉽지가 않다. 구테산장(Hutte. Gouter 3,817m)에 도착하니 산장 안은 코쟁이들로 만원이다.
통하지 않는 말로 숙박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니 1인당 105FFr이라고 한다.
식사비를 추가로 내면 시간 맞추어 제공이 된다. 산장밖에는 눈이 무척 많이 쌓여있고 바람이 심하게 불어대지만 침상에는 두꺼운 매트리스와 따뜻한 모포가 있어 전혀 추운 줄을 모르겠다.
몽블랑 등반시 구테산장에서 1박을 할거라면 침낭과 매트리스는 안 가지고 가고 산장에 있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산장비는 내는거니까. 그러나 음식은 우리 입맛에 맞는 것으로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구테산장은 샤모니 시내에서 전화를 걸어 미리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이 좋다.
산장에 침상이 많긴 하지만 단체예약 같은 게 걸릴지 혹 모르는 일이니까. (구테산장 전화번호 50 54 40 93)
1995년 7월 16일 일요일
새벽 2시에 일어나 라면으로 아침을 먹고 등반준비를 한다.
미선이는 자고 일어나더니 고소가 왔다며 해롱거린다.
미선이는 산장에 남고 남규와 들이서 배낭을 가볍게 하고 아이젠과 피켈 각각 1자루, 자일 1동, 식량과 스키스톡을 가지고 코쟁이들과 같이 새벽의 설원을 올라가기 시작한다.
산장을 나와 능선에 오르니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눈보라가 얼굴을 때린다.
능선에는 몇 채의 텐트가 보이고 길을 알 수 없는 곳이기에 코쟁이들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한참 오른다.
어느 둥근 봉우리위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데 한순간 정상으로 향하는 코쟁이들을 발견하고 재빠르게 뒤를 쫓는다.
지루한 설원과 능선을 지나 샤모니 시내에서도 보이는 발로산장(4,362m)근처에 오니 남규가 고소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청심환을 먹고도 해롱거린다.
나는 멀쩡한데다가 배만 고파서 발로산장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남규와 슬링과 확보줄로 연결하여 칼날 같은 가파른 설능을 남규를 끌고(?) 올라간다.
설능은 한 사람씩 겨우 지날 수 있고 무척 가파르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 추락을 한다면 수백 미터를 떨어져 크레바스 속으로 쳐박힐 것 같다.
정상 200여미터 남기고 남규는 고소때문에 더 못가겠다고 한다. 할 수 없이 나만 정상으로 향한다. 능선에도 크레바스가 숨어있어 조심스럽게 정상에 도착하니 눈바람이 심하게 불어댄다.
아무 표시도 없는 정상에 서니 주위의 산군들이 가스 속에 묻혀 었다가 잠깐씩 드러내는 모습들이 장관이다. 사진을 찍고 있으니 남규가 기어서 올라와 정상에 드러눕는다. 고통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에구, 이눔아. 20대는 퍼지고 30대가 말짱하면 어카냐. 쨔샤!"
내려올 때도 해롱대는 남규와 안자일렌으로 내려오는데 이제는 눈이 지겹다. 발로 산장에 도착할 때는 정상 쪽에서부터 스키를 타고 하산하는 산악인들이 많이 보인다.
몽블랑을 오를 때 식량과 피켈 한자루 아이젠 정도와 스키에 자신이 있다면 스키를 가지고 올라와 스키로 내려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나라의 산악지대는 나무가 많고 눈이 적어 산악스키가 많이 보급되지 않았지만 이곳의 산은 높고 눈이 많아서 하산할 때는 스키가 유용하다.
더 큰 산을 목표로 하는 진취적인 클라이밍을 하고 싶다면 암벽, 빙벽, 설벽, 산악스키 등 토탈클라이밍에 능한 산악인이 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몽블랑 정상에서 하산 시 발로산장 아래에서 보숑빙하로 곧바로 내려서면 샤모니 시내로 내려 설 수 있고, 정상에서 에귀디미디 쪽으로 연결 종주를 해도 좋은 산행이 될 것이다. 우리는 울라왔던 코스로 다시 내려와 구테산장에 도착 점심을 먹고 하산을 시작했다.
등산열차를 타고 내려오는데 밖으로는 여전히 넓고 싱그러운 초원과 예쁜 들꽃들이 아름다운 알프스에 와있음을 실감나게 해주었다.
뒷자리에 앉은 아주머님들의 즐거운 노래소리와 박수소리로 작은 등산열차는 홍겨움에 묻혀있었다.
등산열차에서 내려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샤모니 시내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