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칠석날, 칠석기도 드리러 보령시 한내여중 근처에 있는 '일월선녀'님 보령점집에 다녀왔어요. 저는 석가탄신일, 칠월칠석날, 동짓날에 부여 무량사 절과 동네 점집에 가서 축원을 올립니다. 무량사 절은 부처님의 큰 축원을 올리고, 동네 점집에서는 무당님 몸에 우리 조상님이 실려 간단하게 올해 일어날 일들을 말씀해 주세요. 절에 다니는 것과 점집에 다니는 것은 각각의 장점이 있어요.
교회 다니시는 어떤 분이 점집에 다니길래, 왜 점집에 다니냐고 누가 물어 봤더니 "하느님은 대답을 안 해 주셔서"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교회, 절, 성당 모두 그런 것 같아요. 절, 성당, 교회에서 해야 할 일들이 있고, 점집에서 해야 할 일이 있어요. 우리가 나약한 인간이니까요.
절, 성당, 교회가 청와대, 대학병원이라면, 점집은 읍면동사무소, 동네 의원이라고 할까요. 부처님, 성모마리아님, 예수님은 너무 높은 곳에 계시고, 전 세계를 아우르셔야 하니 얼마나 바쁘시겠어요.
실질적으로 내 생활에 밀접한 것은 동네에서 해야지요. 그러라고 동네 곳곳에 점집이 계속 생기나봐요. ㅎㅎㅎ 이렇게 디지털 사회, 4차 산업혁명 시대, 과학 발달이 첨단을 달리는 이 시대에도 점집이 안 없어지는 것 보면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전통민속문화보존회 보령지부인 천상일월선녀(010-9358-3220) 점집은 보령시 한내여중 근처, 보령 왕자봉 아래, 평섶마을 상단에 자리잡고 고 있어요. 보령점집 천상 일월선녀님 댁은 일반 가정집에 신당을 모셔놓은 동네의 작은 점집이에요. 요즘 유튜브에 화려하고 삐까번쩍한 점집이 익숙하신 분들은 일월선녀 점집이 작아서 실망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일월선녀님은 60대 후반 정도 되시는 분이신데요. 항상 진심으로 사람을 대해 주시니 항상 손님이 끊기지 않는 것 같아요.
칠석날 되기 전, 미리 송금하고 당일 아침에 찾아갔어요. 미리 송금을 하고 칠석 기도, 축원을 부탁드리면 조그만 냄비모양의 시루에 하얀 백설기 떡을 쪄서 신당에 올리고 축원을 해주십니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멀리 계신 단골손님들은 오시지 말라고 하신대요.
굳이 안 오셔도 시루떡 찌고 정성 올려서 그 집안 축원해 주신대요. 저는 직접 갔기 때문에 축원 내용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보령점집 일월선녀 님 댁에 가면 먼저 거실에 앉아서 기다려요. 그리고 앞에 분 축원이 끝나면 제가 들어가요. 그러면 일월선녀님이 우리 가족의 생년월일과 주소가 적힌 카드를 찾아 축원 준비를 하십니다.
그러면 저는 신당에 올려진 옥수(물)을 옆에 놓여진 주전자에 다 따라붓고 밖에 샘(수도)으로 나갑니다. 주전자의 물(옥수)을 버리고 새로 물을 담아 가지고 신당으로 들어가서 그릇에 물을 따르고 향을 피웁니다.
그러면 일월선녀님께서 북을 두드리고, 우리 가족의 이름과 생년월일과 주소를 읽어가며 축원을 시작합니다. 저는 축원 내용을 들으며 마음속으로 제 소원도 빌면서 절을 합니다.
축원 내용은 우리 가족들 사업운, 재물운 등 앞길 열어 주시고,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게 도와 주시고, 아무튼 뭔가 엄청 좋은 내용들로 축원을 하십니다. 저는 처음에 제 마음으로 몇 가지 소원을 빌었는데 일월선녀님 축원 내용을 들어 보니 좋은 말씀들이 너무 많아서 그 분 말씀 들으며 절을 했어요. ㅎㅎㅎ
교회 다니시는 분들이 기도를 하시는데 목사님의 기도가 더 훌륭한 것처럼 뭔가 그런 느낌이었어요. 아주 감사했지요. ㅎㅎㅎ
칠월칠석날 보령점집 일월선녀 님 댁에서 한 일 순서
칠석날 전에 먼저 전화로 칠석 기도를 예약하고 송금한다.
칠석날 당일 방문하여 내 순서가 되면 신당으로 들어간다.
스마트폰은 무음이나 진동으로 놓는다.
먼저 앞 사람이 올리고 간 옥수(물)를 아래에 있는 주전자에 붓는다.
주전자를 가지고 밖의 샘(수도)으로 나가서 버린다.
주전자에 새 물을 담는다.
신당으로 들어가 그릇에 옥수(물)을 정성스레 따른다.
향을 켠다. 후~하고 입으로 불을 끄지 않고 손으로 저어 불을 끈다.
무당님의 축원 내용을 들으며 내 소원도 빌면서 절을 하기 시작한다.
축원이 끝날 즈음 우리 조상님이 무당님 몸에 빙의된다.
스마트폰으로 내용을 녹음하며 듣는다. (녹음 안 하면 기억이 잘 안 남. ㅋㅋㅋ)
기본적인 신들께 올리는 축원이 끝나면, 이제 우리 조상님 중 한 분이 일월선녀님 몸에 빙의되시나봐요.
북의 박자가 틀려지고 일월선녀님이 눈을 감고 어깨를 좌우로 흔들어가며 옛날 타령조로 "내 자부(며느리)야. 고맙구나. 네 정성이 갸륵하여......" 이런 말씀들을 하시기 시작했어요.
"내 자식(우리 신랑), 내 손주들 잘 키우고 이렇게 정성들여줘서 고맙다"고 하세요. 내 신랑, 내 자식들 잘 되고 우리 가족 무탈하게 비는 건 제가 해야 할 당연한 도리인데도 고맙다고 하시니, 제가 더 조상님께 감사합니다. ^^
이번에 오신 분은 우리 시댁 시할머님이시래요. 전에 석가탄신일 때도 이 분이 오셨어요. 이 분이 공을 많이 닦으셨던 분이래요. 돌아가신 후 저 세상에서 뭔가 좋게, 잘 되셨나봐요. ㅎㅎ
우리 신랑이랑 저는 몇 월 몇 일에 조심하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저는 몇 월 몇 일에 밤에 전화 오면 나가지 말라고 하셨고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시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앞에서 웃으면서 뒤에서 쑥덕거리는 사람들 생겨도, 흔들리지 말고 꿋꿋하게 잘 해나가면 좋은 일이 있을거라고 하시네요.
우리 아들과 딸은 자기들이 알아서 잘 하고 있으니, 늦는다고 조급해 하지 말고 지금 하던 대로 열심히 해 나가면 내년 쯤 좋은 소식이 들릴 거라고 하네요.
요즘 우리 애들 방학이라 맨날 딩굴거리고 있는데 ㅋㅋㅋㅋ 여기 와서 이런 말 들으면 저도 마음이 편해지고 애들한테 "공부해라" 뭐 이런 잔소리를 안 하게 되서 정말 좋아요. ㅋㅋㅋ 그냥 집안이 다 화목합니다. ㅎㅎㅎ
요즘 텔레비전 보면 정말 안 좋은 일, 사건 사고가 너무 많이 생겨서 혹시 우리 아이들도 저런거에 휩쓸리면 어떻게 하나 항상 걱정인데 석가탄신일, 칠월칠석날 이런 기도를 드리면 왠지 많은 신들과 우리 조상님들이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실 것 같아서 든든해요. ㅎㅎㅎ
뭔가 좋은 일이 생기지 않아도, 나쁜 일 안 생기고, 우리 아이들, 우리 신랑, 저 이렇게 소소하게, 무탈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어요. 점집에 가서는 본인의 주머니 사정에 맞게, 양심에 맞게 정성을 들이면 돼요. 귀신같이 안다고 하지요. 신들은 다 아신대요. ㅎㅎㅎ 누군가에게 만원의 가치는 누군가에게는 10만원의 가치일 수도 있고, 100만원의 가치일 수도 있으니까요.
보령의 작은 점집 일월선녀님 댁 작은 마당은 항상 깨끗합니다. 투박한 받침에 항상 깔끔하게 화초를 기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