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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폭 암장 전경. 폭포 소리와 여러 등반 장비들이 쨍그랑 거리며 합주곡이 연주되는 곳이다.

월간산 2022년 8월호 기사입니다. (글, 사진 : 주민욱 기자)

출처 월간 산 http://san.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21491 

 

[Man&Wall-구례 용서폭 암장] 쨍그랑, 쉭 쉭, 쏴아 등반할 때 합주곡이 들린다 - 월간산

용서폭 암장은 전남 순천과 구례의 경계에 있어 따지자면 순천에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정서상 구례에 더 가깝다. 구례구역 근처고 구례군청도 바로 옆에 있다. 그래서 등반가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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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폭 암장은 전남 순천과 구례의 경계에 있어 따지자면 순천에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정서상 구례에 더 가깝다. 구례구역 근처고 구례군청도 바로 옆에 있다. 그래서 등반가들은 이 폭포를 그냥 용서폭이라고 하지 않고 꼭 앞에 구례를 붙여 ‘구례 용서폭 암장’으로 부른다. 남쪽지방 최고의 암장, 누가 용서폭에 대해 물어보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구례(그래), 구례(그래), 구례 용서폭이 최고다 아이가!”

순천시와 구례군의 경계선상에 위치한 용서마을에 들어서면 임마누엘 기도원의 주차장이 나온다. 여기서 5분여 걸어 올라가면 용서폭이 나온다. 밖에서는 이 웅장한 폭포가 잘 보이지 않는다. 폭포를 보고 나서야 “와, 이런 게 여기 숨어 있었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폭 100여 m 높이 50여 m의 암장은 용바위 상단, 하단, 용서폭포 좌벽, 우벽 그리고 악동벽, 의대벽으로 나뉘어 있다. 지금도 개척할 수 있는 아름다운 등반선이 많다.

이곳은 1994년 개척이 시작됐다. 광양의 악동화와 해정산악회가 공동으로 개척에 들어가며 이후 그루터기, 제일대, 전남의대산악회 등이 개척에 참여했다. 명품루트들이 연이어 탄생했다. 그래서 지금 여기엔 총 80여 개 길이 있고 5.9~5.13급으로 난이도도 다양하다.

용서폭 암장을 오르고 있는 한 선수. 용서폭은 순천에 주소지가 있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구례 용서폭이라고 부른다.




용바위 하단에 도착하니 김규철(진주SKY클라이밍센터장)씨와 김대영(경남산악연맹 경기이사)씨가 벌써 장비를 착용하느라 분주했다. 경남도대표 스포츠클라이밍 선수들과 부모들을 동행한 어린 초중생들도 벽 앞에 모였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국가대표 코치를 역임한 김대영씨는 차분하고 섬세하게 그들 앞에서 설명했다. 그중 김보경(경남연맹 빅클라이밍)과 하동윤(경남연맹 빅클라이밍), 김도혁(진주SKY클라이밍센터)군은 경남도대표로 전국체전에 출전할 선수들이다. 눈빛들이 남달랐다.

김규철씨와 부자지간인 김도혁군은 수많은 등반대회에서 입상경력이 출중하다. 남다른 파워와 순발력으로 스포츠클라이밍대회의 난이도 경기와 스피드 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수시로 진주에서 서울, 경기도로 올라와 훈련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바위보다는 인공암벽에 더 집중하고 있어 아버지와 등반 로프를 꽤 오랜만에 잡았다.




이들은 각각 용바위 하단에서 몸을 풀었다. 몸이 적당히 풀린 것 같아 도혁 군에게 용바위 상단 등반을 제안했는데, “절대 안 된다”며 거절했다. 멀티피치 등반은 심적 부담이 크다며 손사레를 쳤다. 그러자 김규철씨는 용돈 10만 원을 주겠다면서 꼬드겼고 도혁 군은 결국 용바위 상단에 붙었다.

1피치 종료지점에서 2피치구간을 바라보는 도혁 군의 눈빛에 긴장감이 흘렀다, “볼트 3개만 걸고 내려와도 됩니까?”하며 장난 섞인 말투로 외쳤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등반을 시작했다. 청설모(5.11a) 루트였다. 도혁 군에게는 어렵지 않은 난이도였지만 고도감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한 듯했다. 다른 방법이 없다. 등반으로 극복해야 한다. 우려와 달리 그는 차분하게 등반했고 무사히 종료지점에 로프를 걸었다. 아버지인 김규철씨도 확보 준비를 완료했다. 후등으로 올라온 김규철씨는 아들의 듬직함에 미소를 지었다. 등반에도 음식과 같은 편식이 있을 수 있다. 인공암벽과 자연바위를 골고루 등반해야 등반가들은 더 큰 세계를 볼 수 있다.

깎아지른 용서폭의 절벽을 오르고 있는 김도혁. 이날은 폭포 수량이 적었다.



2피치 아래에서 또 커다란 목소리가 들렸다. 김대영씨는 선수들과 어린 학생들의 교육에 여념이 없었다. 퀵드로가 부딪히는 소리와 로프 당기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마른 폭포 소리가 합쳐져 용서폭에서 멋진 합주곡이 퍼졌다.  

아버지의 빌레이로 벽에 붙은 김도혁. 김도혁은 자연바위 등반이 익숙지 않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아버지가 용돈을 준다는 제안에 등반을 시작했다.






월간산 2022년 8월호 기사입니다.

출처 : 월간산(http://s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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