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치매, 요양 4등급이신 친정어머님이 다리골절로 수술하신 후, 엄마집에 혼자 계실 수 없어서 저희집으로 오신지 세 달 되어갑니다. 수술 후 섬망이 심해서 병원에서 쫒겨나다시피 퇴원하시게 되어 요양병원, 요양원 알아보다가 당장 요양원은 아닌것 같아서 저희집으로 모셨는데요.
요즘은 기저귀도 떼시고 혼자 보행기 밀고 화장실도 가시고 세수, 틀니 관리, 옷 입기, 신발신기도 하세요. 하하하~^^ 몸무게도 한 달만에 2.7kg 늘었어요. 몸무게가 늘으니 근력도 좀 생기는 것 같대요.
아이들 키울 때 기고, 앉고, 서고. 걸음마하고. 기저귀 떼고, 보행기 밀고 하면 기특하고 감동이었듯이 저희 엄마의 모든 행동이 요즘 다 감동입니다.
엄마와의 신혼생활에 저는 신이 났습니다. (치매 부모님으로 힘드신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신랑도 저도 처음에는 솔직히 자신없었지요. 두 달은 요양보호사님이 하루에 세 시간씩 오시다가 5월부터 주간보호센터 다니시는데요. 엄마 표현에 의하면 "거기 사람들이 노인네들을 아주 조상 위하듯이 극진히 위한다"라고 하시고 "밥도 아침간식, 점심, 오후간식 등 아주 잘 차려준다"며 매우만족해 하십니다.
전통적으로는 며느리가 시부모 모시는 거였기에 저희집으로 엄마를 보내준 친정 올케들과 오빠, 남동생들에게 저는 항상 고맙다고 하는데요. 친정식구들은 저에게 맨날 고맙다고...ㅠㅠ 엊그제 엄마생일에는 올케들이 음식, 밑반찬을 얼마나 많이 해왔는지... 우리집 냉장고가 부자됐어요. ㅎㅎ 엄마가 드시는 음식, 외식, 간식, 옷, 병원비 등 엄마한테 들어가는 돈은 다 가족회비로 써서 돈 부담도 없어요.
저희집이 연산홍 피는 단독주택인데 이사온 지 3년 되었어요. 그 전 집이었으면 저도 오시라고 못 했을거예요. 3년전 엄마는 요양원에 6개월 정도 계셨어요. 그때 요양원 가실 때도 요양원으로 모시지 말고 우리집에 모시자고 했는데 언니오빠동생들올케들이 극구 안 된다고 했어요. 몸이 불편하신 치매 부모님 모시다가 저랑 우리 신랑도 어려워진다고요. 솔직히 그때는 신랑도 저도 자신이 없어서 요양원으로 모셨어요. 엄마는 3개월 요양원 계시다가 다시 집에서 생활하셨습니다 물론 엄마랑 사는 것이 지금도 자신은 없지만 그냥 지금처럼만 하려고 해요. 제가 착해서 모시는 건 절대 아니에요. 코로나 때문에 제가 반백수라 시간도 좀 있고요...ㅋㅋㅋ 늙고 아프고 거동이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지만 마당있는 딸 집에서 잘 먹고 깨끗한 옷 입고 주간보호센터 다니며 편안한 노후를 보내는 게 다 엄마가 운이 좋은 덕이라고 생각하고요. 그 덕으로 저에게 기회를 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싶어요. "엄마도 나랑 살 줄 꿈에도 몰랐찌? 자식들이 잔뜩 있는데 우리집으로 와 주셔서 고마워 엄마."라고 맨날 말씀드려요. 더도말고 덜도말고 지금처럼만 우리집에서 사셨으면 좋겠어요.
부모님들 때문에 힘든분들 많으신데 이런글 올려 죄송합니다. 지금이야 엄마와의 신혼생활이지만 저에게도 언젠가 엄마와의 권태기도 오고, 요양원의 날도 오겠지요? 마음의 각오는 항상 하고 있습니다. 그날이 아주아주 천천히 왔으면 좋겠어요.